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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딸의 가위 실험, 그리고 오빠의 눈물 오늘, 너는 갑자기 이렇게 말했지.“엄마! 나 일본어 참고서 사줘. 내 친구가 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운대. 나도 공부하고 싶어.”그 말에 엄마는 문득, 아주 오래전 너의 한 장면을 떠올렸단다.네가 아주 어렸을 때, 오빠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어.“엄마, 애기가 가위로 머리를 잘랐어…!”목소리는 울먹였고, 엄마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오빠 말로는, 네가 아빠의 코털 자르는 작은 가위를 들고앞머리를 싹둑, 또 싹둑 잘라버렸다는 거야.TV에 정신이 팔린 사이, 조용히 사라진 너.그 불길한 정적 속에, 너는 스스로 앞머리를 자르고 있었지.집으로 급히 달려가 보니, 정말 네 앞머리는 어정쩡하게 잘려 있었어.다시 예쁘게 자라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듯했어.그런데 그 와중에도 너는 해맑게 웃고 있었고,그 .. 2025. 6. 21.
6장. 작고 해맑았던 너 6장. 작고 해맑았던 너태어날 때부터 작았던 너는, 자라면서도 잔병치레가 많았지.감기만 걸려도 금세 폐렴으로 이어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또래 아이들보다 늘 작고 약했어.엄마는 늘 마음이 무거웠단다.혹시 엄마가 바쁘다는 이유로 이유식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출생 후 아팠던 기억들이 너의 성장에 영향을 준 건 아닐까?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어.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받은 혈액 검사 결과는 ‘빈혈’이었지.이유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어.믿고 맡겼던 가정 어린이집에서 식재료를 아낀다며너를 제대로 먹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엄마는 무너지는 기분이었어.그땐 정말 바보 같았단다.내 딸을 맡기면서도 무조건 믿기만 했던 미련한 엄마.사람을 의심하지 못했던, 세상을 잘 몰랐던 엄마.그런데도 .. 2025. 6. 4.
5장. 미안하다는 말, 그때는 하지 못했지만 병원에서는 너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어. 하지만 엄마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단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분명 계시고, 너는 그분이 엄마에게 주신 선물이기에, 반드시 너를 지켜주실 거라고 믿었거든. 다행히도 지금 너는 너무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었고, 그런 너를 바라볼 때마다 엄마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그런데, 딸아— 엄마 마음이 가장 아팠던 건, 돌도 지나지 않은 너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던 그 시절이었어.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저녁마다 너를 데리러 가면, 하루 종일 울다 지쳐 눈이 퉁퉁 부은 채 잠들어 있는 네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 마음은 천 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단다. 그렇게 울던 너를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던 아침들. 작고 여린 네.. 2025. 6. 2.
4장. 너는 괜찮지 않았어 너를 만난 날은, 예정일보다 일주일 빠른 날이었단다. 제왕절개로 너를 품에 안았을 때, 작고 여린 몸이었지만 그저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랐어. 그리고 네가 태어난 지 꼭 일주일 되던 날. 그러니까 원래의 예정일이었지. 그날 너는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어. 몸이 떨리고,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 같았어. 그게 바로 경련이었단다. 엄마는 두려움에 숨이 막혔어. 급히 너를 안고, 네가 태어났던 산부인과로 달려갔지. 하지만 의사는 "괜찮다"고만 말했어. 엄마 눈엔 분명 이상했는데도 말이야. 다시 한의원으로 향했어.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까 싶었지. 거기서도 "별거 아니다"는 말뿐이었어. 하지만 엄마는 알았어. 너는 괜찮지 않다는 걸. 결국 대학병원으로 향했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게 들려온 진단은 “신..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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